여행 정보/쿠바

ep.1 쿠바 아바나에서 올드카 타기 / 사기 당한 썰

Greedy Minji design 2020. 5. 18. 03:28

 

쿠바에서의 일정은 5박6일로 그리 길진 않았다.

하지만 쿠바여행은 그 짧은 기간동안 수많은 사건들이 많았기에 아직도 잔상이 짙게 남아있는 곳이다.
아, 물론 안좋은쪽이다^^

쿠바에 오기 전에는 쿠바찬양자를 워낙 많이 만나서
쿠바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대단했었는데
막상 직접 가보니 실망스러운 것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앞으로 그런 에피소드를 몇 가지 풀어볼건데
그 중 오늘 해 볼 이야기는 쿠바에서 시가 사기를 당한 썰이다.

 

카피돌리오 앞 거리
대극장

 

카피돌리오 앞 대극장을 지나치다보면
수 많은 올드카가 쭉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거리에는 올드카만큼 많은 게 하나 더 있는데
그건 바로 호객꾼이다.


그냥 길을 걷기만해도 집요허게 따라붙는 이들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터무니 없는 가격을 제시하며
자기와 함께 올드카 투어를 가자며 호객을 한다.


다들 어떻게 하면 여행자를 호구로 잡을 수 있을까만
연구하는 사람들 같은 느낌.
쿠바에 정내미가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다.



그래도 아바나에서 하고싶었던 유일한 몇가지 중 하나가
바로 '올드카 타기'였던 나는 그들과 입씨름을 할 수 밖에 없다.
치열한 눈치게임 끝에 우리는 한 시간 코스 30쿡 이라는 가격까지 흥정에 성공했다.

(처음에는 보통 50~60쿡,
비싸면 80쿡까지도 부르니 흥정은 필수)

 

또 하나 흥정시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면
어떤 자동차를 타고 가는가이다

알록달록한 올드카가 예쁘기는 하지만
올드카라는 이름답게 내부는 상당히 오래됐다.
그렇다보니 에어컨이나 그런걸 바라는 거 사치.

그런데 내가 탈 차 확인을 안하고 호객꾼과 흥정을 하면
간혹 오픈형이 아닌 꽉 막힌 차량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혁명광장에서 그런 가족 분들을 봤다.

주의!

 

 

 

올드카 흥정이 끝났다면 이제 투어 시작이다.

올드카 기사들은 국가에서 라이센스를 주고
영업을 하는데,
영어도 꽤 유창해서 지나가는 골목골목
이 곳은 어떤 곳이다 이런 설명도 곁들여 준다.
흥정 과정을 제외하면 올드카를 타는 동안은 상당히 친절함

하지만 그 친절은 화를 부르는 발단임을
알아야 한다.

 

지금부터는 올드카 기사에게
시가 담배 사기를 당한 썰이다 .

올드카를 타고 투어를 하는 도중,
기사가 우리에게 물었다.
"너네 쿠바 시가 정말 유명한 거 알고있지?"라고.

쿠바에서 우리가 체험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시가였기에 당연히 "Yes!"라고 대답했는데
기사는 그 때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그의 말인 즉슨 이러했다.

"쿠바 시가가 진짜 유명하긴 한데 너네도 알다시피
가짜 시가가 진짜 많아.
길거리에 널어놓고 파는거? 그거 다 가짜야.
시가는 온도,습도가 중요해서 길거리에서 못팔아.
근데 우리 가는 길에 정부에서 운영하는 시가 가게가 있는데, 거기는 진짜만 팔아.
정부에서 운영하는 데니까.
그리고 내가 아는 곳중에 제일 싸! 혹시 원한다면
내가 데려가줄 수 있어"

 

우리는 생각했다.

' 기사 말처럼 시가는 온,습도가 중요해서 아무데서나 사면 안된다. 그래서 어디서 사야되나 찾아봐야 했는데
마침 정부에서 운영하는 곳에 들리겠다네?
거기서 우리가 물건을 사면 기사가 커미션을 받으니 소개해 주는 거겠지. 근데 믿을 수 있는 곳에서 사면 우리도 손해는 아니니까.. 한 번 가볼까?' 라고 .

솔직히 손해볼게 전혀 없을 것 같아서
오케이 하고 투어 도중 시가샵에 잠깐 들리기로 했다.
근데 그러면 안되는 거였음.....

 

일단 예쓰를 외치면
혁명광장에서 말레꼰비치로 가는 중간에
어떤 국립묘지근처에 국영 쇼핑몰로
우리를 데려간다.

쇼핑몰에 들어서는 순간 '사기꾼이 아니다!'라는 걸
강조하고 싶은건지는 모르겠지만,
"여기가 국가에서 운영하는 쇼핑몰이고
저기서 파는건 진짜야!"라는 말을 꽤 많이 한다.

 

그런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이
가게 내부에 들어서면 진짜 깔끔하고 정갈하다.
'찐이구나'라고 믿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근데 지금 돌이켜보면 온,습도가 중요하다는 시가를
그냥 저렇게 늘어놓고 판다는 점을 주의깊게 봤어야 했다)

어쨌든, 우리는 시가를 체험용으로만 구입할 예정이어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라는 코히바 제품 중
세 개짜리 한 세트를 구입했다.
무려 35불 가량을 지불하고....

 

투어도 무사히 끝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나와 남편.
이때까지만 해도 올드카 투어에 대해
꽤 만족스러웠다고 생각했다.

원래 사려고 했던 시가를 기사 덕에
검색이나 그런 귀찮은 과정 없이 구입하기도 했고,
올드카를 타고 아바나 구경도 잘 했고,
오픈카를 타고 바람을 맞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으니까!

마지막에 쿠바의 현지인 물가에 비해
상.당.히 비싼 가격을 받으면서 너무 당당히
팁을 요구하는 기사의 태도에 조금 기분이 상했지만
그런건 별로 대수롭지도 않은 일이니..

 

 

우리의 숙소.

 

 

성수는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시가가 궁금하다며 시가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처음 접해보는지라 태우는 방법을 몰라
집 주인에게 물어보게 됐는데
여기서 역대급으로 어이없는 일이 발생하게 됐다.

시가의 끝을 자르고 태우는 법을 알려주려고
한 모금 들이마신 집 주인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더니
한 마디 한다
"이거 가짜야"

 

헐...ㅋ

 

 

......;;;;;;;;

 

 

 

헐!!!!!!!!!!!!!!

 



혹시 올드카 기사에게 사기를 당해도
가격을 덤탱이 썼다던가
그런정도일거라 생각했는데...
가짜....?!????????

정말 어이가 없었다.
비싼 돈 주고 사왔는데 가짜라니..

 

자연스럽고 대담하게 거짓말을 치면서
우리에게 사기를 친 올드카 기사 놈.
너무 연기를 잘해서 시가가 가짜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시가가 가짜인 걸 아는 순간부터
올드카 투어를 하며 좋았던 기억이 와장창ㅊ차아창창
무너져내렸다.
이미 산 걸 무를수도 없고..
올드카 기사에게 따질수도 없고...ㅋ

 

너무 어이가 없는 나머지 전의를 상실한 우리는
그 날 저녁 살사바나 저녁 거리 구경을 하려던
일정을 포기하고 저녁이나 먹고 들어와 쉬어버렸다.
더이상 호객꾼들을 마주 할 자신이 없었다.
그 기분 그대로 돌아다녔음 누구 하나 걸리기만 해도
그 사람한테 괜한 화풀이를 하게 될 것 같아
마음의 안정이 필요했음..

 

썰을 풀다보니 마무리가 잘 안된다.

결국 이 이야기의 결론은
'올드카 기사가 제안하는 것은 무조건 거절하라'는
거다.

일단 첫 번째로 기사가 데려가는 시가샵에 가는 것으로 인해 투어 시간중 상당히 많은 시간을 허비했고
(그래서 한 시간짜리 투어가 상당히 짧게 느껴졌다)
두 번째는 진짜 티도 안날정도로 거짓말이 자연스러워서
뭘 사도 호갱당하는 것이기 때문

 

쿠바에 다녀온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기서 당하는 온갖 일들을
'쿠바니까'라는 말로 이해하려 드는데
그런 태도는 솔직한 말로 납득할 수가 없다.

쿠바 아바나만의 어떤 색감이나 느낌이 좋은 것은
나도 이해 못하는바가 아니다.

하지만 모든것이 모두에게 공평하길 원해서
만든 체게바라의 공산주의는
현지인에겐 어떨지 모르겠지만
여행자에겐 상당히 공평치가 못하다.

공산주의 국가이고
국가적인 상황때문에 필요한 물건을
못구하는 그런 것들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1. 여행자 화폐와 현지인 화폐의 환율차이가
엄청나다는 것
2.공산주의 국가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돈이면 다 되는 자본주의적인 분위기
(예전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관광수입이 늘어나고 여행자가 늘어나면서
우리가 어쩌든 너희는 올거잖아?라는
느낌이 상당히 강했다)

3.밥 먹듯 거짓말 하고 사기를 치는 못 된 인간들
4.일처리가 느린 (이라쓰고 게으름 피우는이라고 읽는다) 사람들
5.못배워먹은 사람들의 미친듯한 인종차별,캣콜링

이 것만 해도 그저 '쿠바니까'라는 말로 치부하며
저들의 만행을 덮어주는덴 한계가 있다.

 

아무튼 쿠바, 특히 아바나 여행기는 대부분 정보글 보다는
'~당한썰'이 주가 될 것 같다.



솔직히 말해 누군가 아바나를 추천하냐라고 물으면

진짜 싫어하는 사람에게만 추천하겠다라고 답할 정도로
별로이지만

훗날 누군가 쿠바에 간다면 이런일은 절대
당하지 않았으면 싶어 이렇게 에피소드를 남긴다.

그 놈들 배불리는 일 더이상 하고싶지 않아...

 



 

 

 

 

 

 

다음 에피소드는 '친절했던 주인의 배신'이다.
이번 에피소드가 좋았다면 다음 에피소드도 기대하시라..!